퀘스트3 후기
벼르고 벼르던 퀘스트3를 결국 못 참고 사버렸다. 약 이틀 간 퀘스트3와 이 안에 있는 다양한 앱들을 사용해본 후기를 낱낱이 공유해보고자 한다.
1 디바이스
처음으로는 디바이스 자체에 대한 후기이다.
디자인은 꽤나 미래지향적이지만 애플의 비전 프로를 보고 난 이후라면 다소 투박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메타가 못했다기보단 애플의 디자인이 너무나 압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게는 500g으로 애매한 무게다. 나는 이걸 끼고 2시간 넘게 운동해도 목에 부담이 가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으나 4-50대라면 분명 부담이 될 것 같은 무게인 그 중간쯤이다.
스트랩은 2차원으로 조절 가능하며 조절하는 방식이 그렇게 세련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으나 내 머리에 맞게 잘 조절하면 딱 머리에 고정되는 느낌 자체는 괜찮다.
카메라는 눈 앞에 각각 하나씩 총 2개가 있다. 이 카메라로 내가 퀘스트3를 착용한 이후여도 Augmented Reality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카메라 화질의 문제인건지 소프트웨어의 문제인건지는 모르겠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화질이 좋지 않다.
스피커는 퀄리티가 괜찮다. 하지만 이어폰 형태가 아니어서 내가 듣는 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기에 사람 많은 곳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컨트롤러는 2개가 있고 각각 검지 버튼, 중지 버튼, 엄지 버튼 3개, 스틱이 존재한다. 그렇게 직관적인 느낌은 아니고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와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다.
2 내장 기능
Augmented Reality, Virtual Reality 모두를 제공한다.
AR은 현실 위에 가상 현실이 추가된 것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처음 장착하면 현실 속에서 나를 위한 메인 페이지가 뜬다. 그 곳에서 다양한 설정들이나 앱들을 실행할 수 있다. 다만 현실을 표현하는 공간의 화질이 좋지 않고 컴퓨터 화면의 경우 화질이 더욱 떨어져 이 디바이스를 끼고 일하기란 아예 불가능하다.
앱을 실행하면 대체로 VR로 전환이 된다. (앱마다 다르다.) VR을 실행하기 전에 경계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 현재 있는 공간에서 어느 정도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 카메라로 360도 비춰줘야 한다. 그 이후에 VR 공간을 들어가면 그 경계가 보이게 된다. 경계 근처에 없으면 경계가 아예 안 보이게 되고 경계 근처로 다가가면 그 부분만 점점 붉게 변한다. 경계를 넘어가면 넘어간 부분이 표시되며 디바이스 자체가 경계를 넘어가면 VR이 해제되고 바로 현실로 바뀐다. 이 빨개지는 것을 무시하면 탁구치다가 나처럼 냉장고에 손을 박게 된다. 항상 조심!
VR로 들어가게 되면 나만을 위한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VR의 화질은 매우매우 좋다. 정말 그 공간 속에 있는 느낌이 든다. 앱마다 VR컨텐츠는 가지각색이지만 어떤 앱이든 VR의 몰입도 자체는 보장되는 편이다.
손가락 인식이 가능하다. 컨트롤러 없이 호버, 클릭, 스크롤 등이 가능하다. 손가락을 카메라로 인식하는 기술로 밖에서 보면 공중에 터치하고 스크롤하는 그림으로 보이게 된다. 실제로 수행해봤을 때 매우 부드럽게 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터치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훌륭한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키보드 타이핑은 안되지만 조금만 더 발전하면 공중에 떠있는 키보드에 10개 손가락을 모두 사용하여 타이핑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2002년에 나온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처럼 손으로 슬라이드, 확대, 이동 등을 손으로만 하는 것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3 컨텐츠
결국 모든 디바이스와 기술의 발전은 컨텐츠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물론 디바이스와 기술의 발전 없는 컨텐츠 또한 무용지물이긴 하다.) 컴퓨터라는 디바이스 위에서 수많은 웹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컴퓨터와 웹을 더욱 활용하게 된 것처럼,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 위에서 수많은 앱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앱을 더욱 활용하게 된 것처럼, XR(eXtended Reality로 VR + AR을 의미한다.)에서는 XR디바이스 위에서 수많은 XR앱이 생겨야 사람들이 더욱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VR/AR 기술 자체로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다.
현재 내가 파악한 바로는 XR 앱스토어 시장은 메타와 애플이 양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메타의 앱스토어에는 약 200여개 정도의 앱이 존재한다. 현재 존재하는 앱들을 써봤을 때의 후기 한줄평은 아직 킬러 앱은 나오지 않았다 이다.
앱의 카테고리는 게임, 여행, 운동, 생산성, 음악 5개로 나눌 수 있다. 앞에 있는 것들의 비율이 크다. 게임, 여행, 운동 3개가 95%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https://www.t4eh0.com/human-civilization/ 여기에서 말했듯이 비즈니스는 결국 생산성 향상과 욕구 해소 2개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XR 시장은 대체로 후자에 가깝다. XR이 보다 양지에서 전세계적으로 더욱 뜨기 위해서는 생산성 쪽으로 많은 앱들이 생겨나야 한다. XR 생산성 앱이라 하면 현재 앉아있는 작업 환경에서 가상의 모니터를 추가하거나, 회의를 할 때 XR 회의를 가능하게 하거나, XR 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세계에서의 작업 리스크를 줄여주거나 등등의 앱이 있을 수 있다. domain-specific하지 않고 널리 쓰일 수 있으며 현재 앱 시장에 없는 것은 XR 회의인데 이 앱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제 내가 사용했던 앱들의 후기를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공유하겠다.
BEAT Saber (★★★)
XR에서의 앵그리버드다. VR 공간을 처음으로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으며 3D 공간에서의 기본 리듬게임이다. 다양한 노트가 나온다.
FitXR (★★★★)
복싱게임으로 잽잽훅잽잽위빙 등 다양한 콤보를 요구한다. 한번 하면 땀이 뻘뻘난다. 파워를 측정할 수 있어서 대충 휘두르면 안되고 진심으로 주먹 제대로 날려야 점수 많이 올라간다. 팔 아프다. 위빙으로 저 막대기 피하면 재밌다.
Eleven Table Tennis (★★★★★)
귀여운 탁구장에서 탁구를 친다. 일반적인 탁구게임은 대충 공 근처에서 휘두르면 넘어가는데 이건 정말 디테일하다. 라켓 각도, 임팩트, 스윙 하나하나 중요하다. 회전량이 살아있다. 현실 탁구 200% 고증되고 적응만 한다면 현실 탁구 실력과 거의 동일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Virtual Desktop (★★★)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웹서핑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키보드로 입력할 때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클릭해야 해서 타이핑이 백만년 걸린다는 것이 단점... 유튜브 하나 켜놓고 우주에서 보기 용이하다.
이상으로 퀘스트3 사용 후기를 마친다.
다음 편에는 퀘스트3 뿐만 아니라 애플의 비전 프로와 비교하면서 앞으로 XR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