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경제학

1. 목표를 바꿔라: GDP에서 도넛으로
21세기의 나침반이 되어줄 도넛: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 사이에 인류를 위한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 인간이 살아가려면 두 가지 경계선이 있음.
- 사회적 기초(Social Foundation) – 최소한 모두가 누려야 하는 기본: 먹을 것, 교육, 주거, 의료, 민주주의 등.
- 생태적 한계(Ecological Ceiling) – 지구가 버틸 수 있는 한계: 기후변화, 오존층, 해양 산성화, 생물다양성 파괴 등.
- 이 두 경계 사이의 “도넛 구간”이 바로 인류가 번영할 수 있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
- 안쪽으로 떨어지면 빈곤/불평등 문제가 발생.
- 바깥으로 넘어서면 환경 파괴 문제가 발생.
2. 큰 그림을 보라: 자기 완결적인 시장에서 사회와 자연에 묻어든 경제로
자족적이고 자립적인 시장의 신화는 끝이 났으며, 그 대신 가정 경제, 시장, 코먼스, 국가라는 네 가지 영역을 통한 조달 개념이 들어왔다. 네 영역은 모두 사회 안에 담겨 있고 또 사회에 의존한다. 그리고 사회는 다시 생명 세계에 담겨 있다. 이 새로운 그림으로 우리는 단순히 소득의 흐름만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안녀의 근간이 되는 여러 부의 원칙 - 자연, 사회, 인간, 물질, 금융 - 을 이해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데만 초점을 두는 대신, 이제 이런 질문을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가정 경제, 코먼스, 시장, 국가라는 네 가지 조달 영역은 각각 어떤 경우에 인류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가? 이 영역들이 최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기술, 문화, 사회적 규범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이 네 영역이 함께 작동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이다. 자원을 만들고, 식량을 만들고,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한다. 지구는 독립적이다. 우리가 경제를 키우기 위해 만들어내는 쓰레기들은 다 지구 안에 쌓인다. 지구는 외부로부터 태양에너지만을 받고 밖으로 버릴 수 있는 것이 없다. 시장만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 가정을 동작 가능하게 하는,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노동 위에 사회가 이뤄지고 있고 국가가 제공하는 수많은 무형, 유형의 서비스들 위에 가계, 사회가 동작한다.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3. 인간 본성을 피어나게 하라: 합리적 경제 안에서 사회 적응형 인간으로
- 이기적인 인간에서 호혜적인 인간으로
- 고정된 선호로부터 유동적 가치로
- 고립된 존재에서 상호 의존적인 존재로
- 계산적 사고에서 근삿값 사고로
- 지배하는 존재에서 의존하는 존재로
성냥을 긋거나 시장을 시작할 때는 일단 조심해야 한다. 있던 세간마저 잿더미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시장화하면 안된다. 인간의 본성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을 때도 있다.
넛지, 네트워크, 규범을 활용하라.
이 챕터를 한 줄 요약하면 시장만이 정답은 아니다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것이 가치가 매겨지고 이기적으로 동작하는 객체라고 가정하는 이전의 경제학을 비판한다. 어렵다. 이 말도 정말 인정인데 그 이전의 경제학이 이런 것을 무시하려고 무시했다기보단 인간의 본성까지 모두 고려하다 보면 너무 시스템이 복잡해져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고 인과관계를 알 수 없어서 최대한 단순화한 게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모델링하고 경제학에 반영할 수 있는지까지 소개해줬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4. 시스템의 지혜를 배워라: 기계적 균형에서 동학적 복잡성으로
안정성이 불안정성을 낳는다. 말할 것도 없이 강화시키는 되먹임 회로 때문. 경제 상황이 좋은 시절에는 기업, 은행, 차입자 모두 수익성에 자신감을 갖고서 더 큰 리스크를 향해 나아가고, 이에 주택과 여타 자산 가격이 치솟는다. ‘자본주의는 경제 행위자들의 실적이 좋으면 그 사실을 기초 삼아 금방 투기 붐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기초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정성이다.’
우리가 말하는 도넛으로 들어가려면 부와 소득의 양극화 경향을 역전시켜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공한 자가 또 성공한다’는 되먹임 회로를 상쇄하고 약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오늘날의 경제 발전 방향은 사회적 불평등 증가와 생태 위기라는 쌍둥이 동학의 포로가 되었다는 것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분배적인 경제란, 창출되는 가치가 소수의 손에 집중되지 않도록 막고 최대한 많은 이에게 확산되고 유통되도록 만드는 경제다. 삶을 재생시키는 경제란 지구의 여러 생명 순환 주기를 재생시키는데 사람들이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경제이며 그 결과 지구의 한계선을 넘지 않으면서 모두의 삶이 피어나는 경제다.
건강한 위계질서, 스스로를 조직하는 능력, 신속한 회복 능력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경제학자에게 필요한 윤리 원칙
- 인간이 피어나는 생명의 망 속에서 함께 번영한다는 목적에 기여할 것이며, 인간의 번영에 기초가 되는 모든 것을 인정할 것
- 당신이 복무하는 공동체에 여러 불평등과 차이를 존재한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면서 그 공동체가 경제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동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할 것
- 정책을 입안할 때 불확실성에 직면할 경우 신중하게 피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
- 당신이 사용하는 여러 모델에 깔려 있는 가정과 결함을 투명하게 알리고 이를 대체할 다른 경제학적 관점과 개념 도구들을 인정함으로써 겸손하게 작업할 것
5. 분배를 설계하라: 부자로 만들어주는 성장 신화에서 분배 설계로
어떤 나라든 더 평등하면서도 더 부유한 사회가 되려면 먼저 극도의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 경제학자들은 불평등 심화를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불가항력이 아니라 경제 설계의 실패로 평가해야 하며, 경제에서 생겨나는 가치가 고르게 분배되는 경제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전에는 근로 소득이 1차 재분배 대상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자산도 재분배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토지, 통화 창출, 기업, 기술, 지식 등을 통제해 얻는 자산이 대상이 될 것이다.
파레토는 데이터가 반복해 드러내는 가파른 ‘사회적 피라미드’가 인간 본성에 기인한 불변 사항이며, 이 때문에 재분배를 향한 노력들은 모두 생산성을 갉아먹는 짓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못사는 이들을 돕고 싶다면 경제 자체를 팽창시켜야 하며, 부자들이 경제를 팽창시키도록 놓아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사회 불평등이 심할수록 경제 성장은 취약해지고 속도도 느려진다. 따라서 경제 성장에만 집중하면서 불평등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도록 내버려두는 건 큰 실수다.
“경제 성장이 불평등을 줄여주기를 기다리지 말라.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대신 분배를 설계하는 경제를 만들라.”
기업, 토지, 기술, 지식, 권력 각각을 누가 소유하는가?
- 토지: 숨쉴 수 있는 권리처럼 모두에게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사유지를 인정하면 안된다.
주주자본주의. 일본 노동자들이 제 몫을 계속 빼앗기는 게 당연하다. 어쩌다 보니 이런 기업 설계가 19세기와 20세기를 지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21세기로 이래야 하는 건 아니다. 기업이 만들어낸 가치를 분배하는 데는 두 가지 설계 원칙이 있다.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이해관계자의 자금 조달에 근거하는 것이다. 두 원칙을 결합시키면 현재의 지배적인 소유자 모델은 전복된다고 한다. 노동자가 더 이상 소모품이나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궁극적인 내부자가 되고 기업에 튼튼히 뿌리박은 존재가 된다고 상상해보라. 또 이런 기업이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파는 대신 채권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소유권 조각이 아니라 공정한 고정 수익을 약속한다고 상상해보라.
연구와 개발을 위시한 여러 리스크를 국가가 떠안는다면 국가는 마땅히 수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 민관이 공동 소유한 특허권은 사용료를 거둬들일 수 있고, 공적 자금으로 연구 개발된 로봇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은 각종 국가 은행이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
불가피한 경제적 고통 따위는 없으며, 그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경제가 공평해지지는 않는다. 공평한 경제는 의식적으로 설계된 규칙을 추구함으로써 만들어진다.
분명 노력으로 인한 불평등은 존중받아야만 한다. 다만 토지, 자산, 지식, 기술 등의 소유로 생기는 불평등은 해결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다 불평등하고 재분배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나 분명 재분배되어야 하는 것은 있는 것 같다. 다만 관점이 분배를 설계하는 경제보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경제였으면 좋겠다. 특정 사람들의 자산 소유로 생기는 불평등은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것이 아니기에 재분배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포커스를 분배가 아니라 기회로 맞추면 좋겠고 노력하는만큼, 생산하는만큼의 상방은 항상 보장받는 사회가 생산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도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한 사회가 최고의 사회이지 않을까?
6. 재생하라: 저절로 깨끗해진다는 성장만능주의에서 재생 설계로
재생적으로 설계된 기업, 모두를 아우르는 생명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환원하는 기업을 창조함으로써 ‘아낌없이 주자’는 것이다. 이는 ‘할 일’이라기보다는 생물권의 관리자 역할을 받아들이면서 또한 이 생명 세계를 더 좋게 만들 책임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는 존재 방식이다.
창의성만 발휘한다면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실시간 에너지의 흐름을 동력 삼아 우리가 창조한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삶이 피어나는 생명 세계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노동에 세금을 물릴 것이 아니라 비재생 자원 사용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어온 만큼, 여기에 재생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을 올리는 투자 보조금 정책까지 더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GDP는 오로지 화폐 가치의 흐름에만 초점을 두지만 새로운 지표들은 모든 가치의 원천-인간, 사회, 생태, 문화, 물질-을 감독할 것이다.
환경은 공공재의 성격을 띄기에 시장을 믿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제어가 필요하다. 다만 이 또한 시장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만큼 보조금을 받는 형태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개개인이, 기업이 모두가 노력할 수 있도록 하자. 기여하지 않는다면 환경세를 내고! 각자의 윤리에 맡기는 것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 때 좀 더 재분배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힘을 믿으면서도 모두가 함께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7. 경제 성장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유일한 지상 명령에서 성장 불가지론으로
OECD도 세계가 ‘저성장 수렁’에 빠졌으며 특히 고소득 국가는 성장률이 ‘멈췄음’을 인정하고 있다.
선구적인 기후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세계 경제를 다시 안전선 안으로 돌려놓으려면 고소득 국가들의 탄소 배출은 매년 8~10퍼센트 비율로 감소해야 한다.
녹생 성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주장의 근거
- 화석 연료 대신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 에너지로 빨리 전환
- 자원 효율적인 순환 경제를 만들어 물질적 플로가 지구의 자원과 폐기물 수용 역량 내에서 둥글게 흐르게
-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로 무중량 경제 확장
로버트 솔로는 미국 경제의 성장 원인을 분석하려 함. 노동과 자본이 결합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서 비롯된 생산성 증가가 경제 성장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3%였음. 나머지 87%는 에너지가 유용한 노동으로 전환되는 효율성 증가를 반영한 것. 즉 지난 두 세기 동안 고소득 국가들이 보여준 놀라운 경제 성장은 대부분 저렴한 화석 연료를 얻으면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요컨대 장래의 GDP 성장은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몇 십 년 안에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
무중량 경제가 가능할까? 디지털 혁명이 에너지 인프라와 물질적 인프라에 얼마나 크게 의지하는지 생각해봐야 함. 제러미 리프킨 같은 분석가들은 오늘날 출현하는 재생 에너지와 3D 프린팅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이런 추세를 더욱 증폭시킬 거라고 믿는다.
다양한 이유들로 결국 고소득 국가의 녹색 성장이란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음. 경제 성장 자체가 없는 녹색 미래로 갈 때.
무한 축적이 아니라 재생적인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생명 세계와 공존하는 화폐는 없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기간 초과 보관료’가 붙는 통화다. 화폐를 쥐고 있으면 수수료가 붙어 오래 쥐고 있을수록 손해를 보는 화폐다. 교환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을 개선하려면 화폐를 상품으로 전락시켜야 한다.
나도 GDP 성장률 지표를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GDP가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다니… 이렇게 착륙하고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준비하자는 말 인상적이었다. 아직 뭐가 맞다 판단내리진 못하겠지만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이라 나의 사고를 넓혀주었다.
닫는 말
생명의 망 속에서 모두 함께 번영하는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하여 우리 모두 도넛의 안전하고도 정의로운 공간 안에서 균형을 이루며 삶을 꽃피우는 것.
후기
⭐⭐⭐⭐ (4/5)
- 경제를 너무나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생태계, 인간의 본성을 고려하고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재분배 경제 시스템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질텐데 모두에게 더 공평한 기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 우리가 다 함께 사는 지구를 어떻게 다 함께 힘을 합쳐 지킬 수 있을까? 5명 팀을 하나로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70억명을 어떻게 하나로 만들까? 우주를 개척하거나, 다 함께 힘을 모으거나. 둘 중 하나다.
- 모든 것이 가치가 매겨지고 이기적으로 동작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간의 순수한 본성 또한 고려하자.
앞으로 자동화되는 사회에서 던져야 하는 질문
- 인간 노동이 더 이상 필수적이지 않은 사회에서 소득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 생산이 자동화된다면 노동소득 vs 자본소득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 "노동"이 가치의 근본이라고 보는 고전적 전제는 여전히 유효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