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 Jobs introduces iPhone in 2007

내 꿈의 크기를 다시 떠올리기 위해, 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에게 배우기 위해 오랜만에 고전 영상을 다시 열어봤다. 18년 전 이야기지만 여전히 배울 점이 무궁무진하다. 이 영상을 끝까지 다 보고 나면 가슴이 뜨겁다. 저기에 있을 나를 상상하자. 꿈 같은 무대를 현실로 만들어보자.

Overall

1. Widescreen iPod with touch controls
2. Revolutionary mobile phone
3. Breakthrough internet communicator
Three things. These are not three separate devices. This is one device. and we are calling it iPhone. Today Apple is going to reinvent the phone. And here it is.
Smartphone = Phone + email + internet

처음부터 발표하는 방식에서 감탄했다. 처음에 3개를 말하길래 엇 순간 왜 3개지 싶었는데 완전히 독립적인 것처럼 말하다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반전 포인트를 줬다.

Revolutionary UI

Interplay of hardware and software
They all have these keyboards sthat are there whether you need them or not to be there. And they all have these control buttons that are fixed in plastic and are the same for every application.
...
They're already shipped.
...
Well, what we're going to do is get rid of all these buttons and just make a giant screen. A giant screen.
We'll gonna use the best pointing device in the world. We're going to use a pointing device that we're all born with.

키보드를 과감히 빼고 전부를 터치 스크린으로 바꾼 결정에서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단순 UI 디자인 그 이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각자의 책임을 어떤 식으로 분리할지 완벽하게 디자인해냈다. 이미 복잡할 대로 복잡해져버린 스마트폰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루기 위해 버릴 것을 과감히 버리고 앱마다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 확보했다. 이미 ship되어버리는 하드웨어는 업데이트가 불가하다. 키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키로의 하드웨어 형태가 모토큐, 블랙베리 등처럼 불필요한 키보드로 잔뜩 공간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 아닐까? 키로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책임을 어떻게 나눠야 될지 더 고민해보자.

best pointing device를 갖고 있다고 한 부분에서 일론 머스크가 겹쳐보였다. 테슬라가 한창 의심받던 시절 꿋꿋이 라이다 안 쓰고 카메라만으로 가능하다고 밀어붙인 일론 머스크였다. 잡스와 머스크 둘 다 인간의 몸에 대한 존경이 있었고, 이상적으로 봤을 때 더 없어도 되어야 한다면 그걸로 어떻게든 하게 만들었다. 펜이 있으면 더 쉽지만 손가락으로도 분명 충분히 가능하긴 하니 기술적으로 터치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라이다가 있으면 정보량이 분명 더 많아져 더 좋은 자율주행을 할 수 있지만 카메라만으로도 분명 운전에 필요한 정보량은 다 얻으니 라이다를 과감히 포기했다. 이런 철학을 키로에 반영한다면 어떨까? 펜을 쓰지 않고 손을 쓰며, 레이저 센서로 측정하는 것이 아닌 눈으로 보는 그 철학. 사람은 책을 넘길 때 어떤 감각을 쓸까? 눈과 손가락의 촉감이다. (얼음찜질하고 해봤는데 생각보다 머슬메모리의 힘이 커서 잘 되긴 하더라ㅋㅋㅋ)이 두 가지 센서 외의 다른 센서는 부수적인 센서라고 생각을 한다. 눈과 촉감만으로도 정보량은 충분하고 여기에서 이해해야 한다.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건 고민 많이 했지만 사람을 모방하는 건 정말 어렵다. 책 넘길 때 사람은 사실 말도 안되는 디테일한 감각으로 해낸다. 내가 책을 넘길 땐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페이지 아래에 손을 댄 다음 기가 막힌 감각으로 한 페이지를 들어내거나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페이지 끝에 올려둔 후 오른쪽 책을 구부리고 살짝 옮겨 정확히 한 페이지를 들어낸다. 이걸 로봇한테 시키기엔 너무나 어렵다.

Multi-touch screen
Multi-finger gestures
Ignores unintended touches
Far more accurate

지금에서는 사실 다 기본이 된 UI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이런 기술을 쓰지만 이 때 당시에는 하나하나가 정말 이런 큰 발표 자리에서도 이야기할만큼 엄청난 기술이었다. 기술은 가만히 발전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치열한 노력으로부터 발전한다. 저 시절엔 원래 멀티터치가 안 되는거였다니...

Software

iPhone runs OS10.
Syncing, Networking, Multi-tasking, Low power, Security, Video, Cocoa, Core animation, Graphics, Audio, ...
...
And that has let us create desktop class smartphone.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로가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다. 잡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조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저 때 당시 어떤 미친 사람이 데스크탑OS를 모바일에 넣을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화면도 조그맣고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인 모바일에 넣는다고? 오히려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을 것 같은데 좀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다 극구 반대했을 것 같다. 잡스는 이 높은 사양의 소프트웨어가 이 넓디넓은 아이폰 스크린을 아름답게 채우기 위한 필수불가결 요소라고 생각했다.

(미래를 보고 온 나) OS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애플은 추후 iOS, macOS, tvOS, watchOS, iPadOS, visionOS 총 6개를 만들었다.

"People who are really serious about software should make their own hardware."
- Alan Kay

아... 가슴을 울리는 말이다. 소프트웨어만 하면 분명 하드웨어의 한계에 갇힌다. 내가 아무리 좋은 웹서비스를 만들어도 맥북이 감당하지 못하면 아무도 쓸 수 없고, 아무리 좋은 앱을 만들어도 아이폰이 감당하지 못하면 아무도 쓸 수 없다. 애플은 컴퓨터만 만들다가 이 한계를 극복하고 넘어서고자 OS를 만들고, 칩을 만들고, 하나하나 전부 내재화하여 결국 머리부터 발끝까지 혁신해서 여기까지 이르렀다. (지인짜 엄밀히는 사실 칩 설계만 하지 칩 제작은 TSMC가 하고, 디스플레이 사오고, 배터리 사오고, 카메라 사오고, 메모리 사오고 그러긴 한다ㅎㅎ) 내재화하는 파트와 그렇지 않은 파트의 차이는 다른 파트들과의 의존성이 얼마나 컸는지였을 것 같다. 내재화 난이도는 다 똑같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스마트폰의 수많은 부분이 OS나 칩 쪽에 의존하는 반면, 다른 부분이 디스플레이에 의존하진 않아서 OS나 칩을 내재화한 것 아닐까? 사실 하드웨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기보다도 시스템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기에 하드웨어까지 분명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함께 설계될 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 최근 30년은 하드웨어에 도전한 몇 회사들 말고는 대부분 1등 디바이스 위에서 동작했다. 다음 디바이스는 로봇 or XR일텐데 이 때도 이 디바이스 위에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동작할까? 아니면 반대로 다양한 형태의 버티컬 로봇들이 나오게 될까? 면도로봇, 청소로봇, 요리로봇, 마사지로봇, 세탁로봇, 잔디깍기로봇 등 모든 기계가 다 로봇화되지 않을까. 이런 버티컬 로봇들에는 사실 앱스토어처럼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생기진 않을 것 같고 결국 세상을 지배하는 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분명 생기고 그 위에 앱스토어가 생겨 수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설치되는 형태로 가긴 할 거다. 이것과 별개로 사람이 걸어다니면서 혹은 물리적 기기가 없어도 어디에서든 컴퓨팅을 할 수 있는 소형 XR 기기. 이렇게 2개의 디바이스가 분명 컴퓨터 -> 스마트폰 이후 계보를 잇는 새로운 디바이스가 될 거다. 이걸 선점하고 싶은 사람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기 위해 앱스토어를 빠르게 열어야 할 거고, 위에 올라타야 할 사람들은 이 디바이스의 특징을 살려 앱들을 빠르게 만들어내야 할거다. 분명 이게 메인스트림이긴 한데 지금은 버티컬 쪽에서 하나 꼭 성공시켜보고 싶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설계하여 혁신을 만들어내는 경험. 꼭 하고 싶다.

  • scroll
  • conference call
  • 2-finger zoom in/out (pinch)
  • landscape mode (double click zoom in or pinch)
  • Safari
  • Google Maps

지금와서는 다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정말 자랑스러워하고 신나하는 잡스의 모습에 내가 다 설렌다. 스크롤 쭉 하고 마지막에 고무줄처럼 튕기는 그걸 자랑한다. 가로로 세우면 화면 돌아간다고 자랑한다. 슈퍼슈퍼 어려운 초기술 중력 센서로 했다고 한다. Safari도 보면 반응형 하나도 안되어서 글자 하나도 안 보이는데 이거 두손가락으로 확대하거나 더블탭하면 확대돼가지고 잘 보여요! 다른 스마트폰은 뉴욕타임즈 깨지는데 이런다. 기술의 발전이 참 무섭다. 그 때 당시에는 엄청나게 혁신적인 것 같아도 몇년만 지나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생각해보니 반응형은 결국 플랫폼 측에서 해결한 게 아니라 개발자 측에서 해결했다. 여전히 반응형 고려 안하고 웹 만들고 폰으로 열면 저 화면처럼 나온다. 자동 변환 안되나.. 반응형 고려해서 개발하는 거 진짜 귀찮은데...

이런 것들이 18년이나 지난 지금,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 땐 정말 치열한 노력이 있었고 사용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스크롤이 끝났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알려주며, 가로로 더 넓게 보고 싶다는 사용자의 심리를 바로 이해하고, 전화받을 땐 얼굴로 터치 안되게 자동으로 방지해주고,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지금 애플을 만들었다. 나는 이런 걸 만들고 싶어하면서도 아이폰에 너무 적응돼서 하나하나에 감사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노력과 열정을 너무나 당연하게 쓰고 있었나 보다. 나도 이렇게까지 고객을 생각하며 디테일 하나하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Demo

데모 시연: Music -> Call -> Pictures -> Email -> Internet -> Music

하나만 할 수 있는 게 아닌 범용성 있는 스마트폰만이 할 수 있는 케이스를 잘 가져왔다. 음악이 나오다 전화를 받고 사진 보내달래서 사진을 이메일 통해서 보내주고, 상대가 어디서 밥먹을지 물어봐서 인터넷에서 찾고, 전화를 끄니 음악이 다시 시작되는. 이 일련의 흐름이 참 아름답고 부드럽다.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화면 자연스럽게 줄이고, 다음꺼 자연스럽게 키우고, 이전 앱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돌려놓고, 메모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앱 계속 켜지니 메모리 안 터지게 관리하고, 최적화하고, ...

훌륭한 서비스는 사람의 자연스러움 그대로 존재하며 너무나 자연스러워 이 기술의 놀라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서비스이다. 데모를 보면서 느낀 건 저 복잡한 과정 속에서 사람이 행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우며 모두가 똑같이 잡스처럼 클릭하고, 스와이프했을 것이라는 거다. 무언가를 어떻게 해야 하지? 라고 생각할 때 딱 든 첫 생각대로 하면 동작한다. 갑자기 문라이트 생각이 난다.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한 26번 정도 시도하면 찾을 수 있었다.

Market Size

And this is exactly what we're going to try to do in 2008, our first full year in the market is grab 1% market share and go from share.

잡스가 아주 포부있게 나는 2008년까지 스마트폰 점유율 1%를 먹을 거다. 라고 이야기한다. 마음이 뭐랄까 한대 맞은 것 같았다. 지금에서 사실 구멍가게 애플 시절이 상상도 안 되고, 저 때만 해도 이미 맥과 아이팟으로 대성공을 거둘 때였는데 새삼 아이폰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애플 그리고 잡스의 미친 듯한 노력과 실행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애플도 전설이 시작되기 전 작고 귀엽던 시절이 있었다. 저 때 발표하던 잡스는 18년 뒤 현재 애플의 위상을 확신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헤헤 10년 뒤는 모르겠고 일단 내년에 1%만 먹자! 하고 있었을까? 모든 전설의 시작은 결국 한걸음에서부터 시작이다.

"I skate to where the puck is going to be, not where it has been."
- Wayne Gretzky

마지막으로 잡스가 말한 문장이다. 세상의 흐름을 읽고 주도해야 한다. 세상이 있던 곳에 있지 말고 세상이 있을 곳에 있자.

스티브 잡스가 서 있는 저 무대. 저기가 내가 가야 할 곳이다. 현실로 만들거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전설의 시작을 발표하는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