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switching

시야 switching
Photo by Ken Cheung / Unsplash

진짜 큰 일을 해내려면 어떤 특징이 필요할까 고민을 진짜 많이 해본 것 같다.

내가 확신을 갖게 된 제일 중요한 특징은 시야 switching이다.

이 결과에 다다르게 된 과정을 같이 살펴보자.

  1. 큰일이란 무엇일까?

결국 세상에 얼마나 임팩트 있는 일을 하느냐이고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이뤄내는 것이다.

2. 지금까지 세상에 임팩트 있는 일을 개인과 집단 중에 누가 더 많이 했을까?

개인 중에서도 물론 많지만 결국 집단을 이끌면서 임팩트 있는 일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리서치가 아닌 비즈니스 쪽이라면 더욱 그렇다. 리서치라면 혼자 정말 깊게 고민해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비즈니스 쪽은 아이디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획력과 실행력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3. 그러면 어떤 집단이 큰 일을 해냈는가? 그 집단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데에 있어서 누가 제일 큰 공을 세웠는가?

결국 집단의 리더가 제일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 정말 훌륭한 팔로워가 캐리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것 또한 어느 정도는 리더의 공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 혁신을 만들 때 리더가 제일 중요할까? 애매하다. 어려운 질문이긴 하다.

4.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제일 말단 엔지니어일까? 아니면 제일 보스일까?

말단에서 아무리 코딩을 잘해도 결국 혁신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집단의 비즈니스를 위해 구현하는 거고 그 속도와 퀄리티가 남다르겠지만 그 비즈니스, 혁신을 직접 만든 거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비즈니스를 직접 제안한다면? 스스로 확신이 가득차있다면? 엔지니어이기에 비즈니스가 아니라 Business to Developer 같이 본인이 제일 잘 아는 비즈니스를 제안한다면?

보스를 보자. 보스가 진짜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맞을까? 보바보(boss by boss)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맨 뒤에서 아무 생각 없이 관전하는 사람은 절대 아닐 거다. 맨 앞에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면 좀 더 낫긴 한데 그 디테일을 봐야 한다.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도 모르고 그냥 냅다 저렇게 말하는 임원 얘기들을 많이 들어봤다. 어떤 어려움이 있고 우리의 해결 능력을 알고 있고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가 아이디어를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회사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임원이 좋은 평을 듣는다.

5. 말단 엔지니어인지 보스인지가 중요할까?

말단 엔지니어여도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혁신을 생각하고 먼저 움직인다면 충분히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주어진 일만 꾸역꾸역 해내고 그 이상의 의욕이 없다면 당연히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어떻게든 보스의 자리까지 여러 방법들을 통해 올라갔으나 집단의 전체를 이끌 수 있는 시야가 없고 예전 엔지니어 시절처럼 코드 하나하나 보고 있으면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람이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메타버스, 크립토 같은 혁신 기술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밑에 사람들에게 "해줘" 라고 하는 게 혁신을 이끌어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혁신 기술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다음 스텝으로 발전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잡고 이끌어야 한다. 그렇다면 혁신을 이끄는 보스라고 할 수 있겠지.

6. 시야의 중요성

결국 혁신을 만드는 것은 숲을 보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숲만을 보는 사람은 흔히 "망상가"라고 부른다. 나무를 볼 수도 있고 숲을 볼 수도 있어야 한다. 디테일이 없는 방향은 말이 안 되는 방향이다. 더 나아가 개미도 볼 수 있고, 나무도 볼 수 있고, 숲도 볼 수 있고, 아마존 전체를 볼 수 있다면 훨씬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이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다만 그렇게 시야를 바꾸다 보면 좀 어지러울 수 있다. 핸드폰 하루종일 봤다가 하늘을 보면 초점이 안 맞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시야를 좁게 디테일을 보기도 하다가 시야를 넓게 해서 큰 그림을 볼 수도 있어야 한다. 사람은 신이 아니니까 숲의 모든 나무를 봐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숲의 나무 2-3개 정도는 직접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즉 시야 switching이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나무를 볼 수 있는 능력", "숲을 볼 수 있는 능력"은 필수다. 다만 너무 많이 switching하면 어지러워서 넘어질 수 있으므로 2주에 한번씩 switching하길 권장한다. 나는 최근에 너무 많이 switching하기도 했고 나무보다가 숲을 보는 게 아니라 개미보다가 아마존 볼라다가 너무 혼미했었다.  시야 scale의 diff가 너무 컸다. 한 번에 한 스텝씩 스케일 조정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시야가 최대로 넓어져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씩 더 시야를 넓게 가지려고 노력해보고, 지금 시야가 최소로 좁아져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씩 더 시야를 좁게 가져보려고 노력하자. 내가 최대, 최소로 얼마나 시야 scale을 찍어봤냐가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해당 시야 scale을 찍어보진 않더라고 시야 memory가 있어서 나중에 필요할 때 훨씬 해당 시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

결국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아래 3가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

  • 시야 switching frequency (시야를 얼마에 한번씩 변경할 것인가)
  • 시야 scale difference (시야를 변경할 때 범위 차이를 어느 정도로 둘 것인가)
  • 시야 scale up & down (최대 시야와 최소 시야의 확장을 얼마나 할 것인가)

이걸 고민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해냈을 때 진짜 큰 그림과 디테일을 모두 잡으면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